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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순환 실험실, ‘한 걸음 가게’의 김지현 대표를 찾아서
<광주멋집>
- 작성자
- admin
- 작성일
- 2023-12-22
- 조회 수
- 308회
바나나 한 개, 빵 한 조각으로 아주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해결하거나 혹은 굶고, 텀블러에 아메리카노 한 잔을 담아 집을 나선다. 아마 많은 이들의 아침 풍경일 것 같습니다. 코로나 전후로 대한민국 식사 개념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식은 꾸준히 줄고 있고, 일식과 양식 섭취가 증가하고 있으며, 집에서 조리하여 먹는 것보다, 냉동식품이나 간편식 식사, 배달 및 테이크아웃의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식문화 변화 속에서도 감춰진 불편한 진실들이 있습니다. 직접 조리 대신 먹는 많은 형태의 식습관에는 음식물쓰레기 외에도 많은 플라스틱 용기와 같은 부대 쓰레기의 증가가 따른다는 사실입니다. 세계 식량 중 1/3 이상이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지는데, 편리를 강조하는 식문화가 부대적으로 가져오는 플라스틱 사용량의 증가와 폐기물의 증가는 전 세계적 이슈인 “기후위기”의 문제라는 겁니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재활용에도 한계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전 세계적 플라스틱 재활용은 9% 미만이고, 이 또한 한두 차례의 다운사이클링 후에는 결국 매립이나 소각할 수밖에 없다는 불편한 진실입니다. 결국 해결책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뿐이고,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소비를 줄이는 것만이 해답이라고 합니다.기후 책, 그레타 툰베리 p377~382 참조)
공동체적 실천의 문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습니다. 재활용을 넘어 재사용,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하고 계시는 공공활동 기획자이신 유어스텝 김지현 대표님을 만나봤습니다.
질문을 던지고, 변화를 상상하며, 상상을 작은 단위로 엮어가며 실험해 보는 걸 즐기는 활동가입니다. 지역에서 마주친 많은 것들에 질문을 던지는데요. 특히 쓰레기와 자원순환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종이팩의 재활용을 고민하는 ‘카페라떼클럽’ 활동을 기획하고, 지역에서 쓰레기와 배움을 엮은 환경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간적으로는 동구 충장로 4가에 순환 실험실이란 부제를 가진 실험공간 ‘한걸음 가게’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물건의 순환’, ‘자원의 순환’, ‘먹거리의 순환’ 같은 우리 일상과 연결된 다양한 순환을 다양한 워크숍과 실험을 통해 살펴보는 공간입니다. 올 하반기에도 다양한 수리・수선 워크숍과 작은 작당들이 열렸는데요.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제로웨이스트샵, 먹거리 리필스테이션을 포함한 실험실을 가동할 계획입니다.
아마 운동을 해오시면서 몸으로 체감하신 직관에서 나온 중요한 활동 방향인 것 같은데요.
‘순환 실험실’은 한걸음 가게의 부제예요. 쓰레기 문제 해결의 키워드는 ‘순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만들어진 자원의 순환을 상상하고, 순환의 고리가 더 긍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게 다양한 실험을 펼치고 싶어요. 그동안 환경교육과 실천은 ‘재활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요. 재활용 이전에 개인이 할 수 있는 실천이 폐기물 원천 감량, 그리고 ‘재사용’이라고 생각해요. 자원의 폐기로 가기 전에 어떻게 하면 이 자원을 오래 또는 여러 번 사용할 수 있을지 상상하는 것, 그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하는 것을 이곳에서 해보고 싶어요.
‘쓸모를 찾는 시간’은 한 번 만들어진 물건의 쓰임과 순환을 고민하는 순환 실험의 장으로, 내년에도 정기적으로 열어볼까 고민하는 소규모 자원순환 축제예요. 지난 11월 11일에 진행된 이 행사에서는 자전거 초간단 정비 워크숍, 의류 교환 파티, ‘바꿔 입장’, 치앙마이식 자수와 수선 워크숍 등이 열렸어요. 자원순환이라는 가치를 좀 더 재미난 방식으로 시민들이 경험해볼 수 있는 자리를 열었고, 많은 분이 즐거워하며 행사에 참여해주셨어요.
또한, 한걸음 가게를 찾았을 때, 지역의 다양한 소식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기에 빈 벽들에 다양한 포스터들이 붙어 있어요.
스웨덴 어느 운동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진 “구매의 부끄러움 shame of buying”도 마찬가지고요. 대표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플뤼그스캄(Flygskam)은 스웨덴어의 신조어로, 항공기를 탈 때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공해 유발 및 온실가스 배출로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에 일조하는 것이 부끄럽다는 의미인데요. 스웨덴어로 비행기를 뜻하는 플뤼그(Flyg)와 수치라는 뜻의 스캄(skam)의 합성어로, 영어로 직역한 플라이트 쉐임(Flight shame)이라는 말로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플뤼그스캄에서 더 나아가, 숍스캄(Köpskam, 소비의 부끄러움) 운동도 퍼지고 있는데요. 기후위기 시대에 계속 새 물건을 만들고 소비하는 우리의 일상이 맞는 것인가 질문을 던지는 운동이에요.
그래도 요즘은 ‘신상’과 ‘언박싱’에 열광하는 문화에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당근마켓 같은 플랫폼의 영향으로 중고물건에 대한 긍정적 인식 개선이 일어난 것도 다행이라 생각해요. 물론 환경과 직결하여 중고 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많진 않을 수 있지만, 그런 재사용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 변화를 향한 한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심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산업 2위가 패션 산업이라고 해요. 청바지 하나를 산다는 건 그 청바지를 만들기 위해 7,500ℓ의 물을 쓰고 버리는 일인 거죠. 재사용 문화를 경험하며 실제 자신의 소비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보는 시민들이 많이 늘어나면 좋겠어요. 시민들이 재사용 문화를 조금 더 재미나고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려고 해요.
우선 올해까지는 소규모 워크숍과 대관 중심으로 공간이 꾸려질 것 같아요. 이 공간을 활용하고픈 단체나 모임들에서 대관 문의도 많은데요. 공간 대관의 조건이 있는 어쩌면 까다로운 공간이기도 해요. 바로 일회용품 사용 금지! 이곳에서 모임이나 행사를 진행하는 그룹들은 배달이나 일회용 식기 등을 사용할 수가 없어요. 대신 쓰레기 없는 다과나 행사를 진행할 수 있게 용기를 빌려드리고, 방법을 알려드리죠.
12월 27일에는 ‘수리할 권리 Right to Repair’를 주제로 수리권 운동에 열심인 활동가 두 분을 모시고 작은 수다회를 열어요. 수다회 전 오전 시간엔 우산 수리 워크숍도 열고요. 집에서 잠자고 있는 고장 난 3단 우산이 있다면, 이날 워크숍에 오셔서 직접 고쳐보는 경험도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겨울 시즌엔 공간 정비를 한 후에 따뜻한 봄날에 한걸음 가게 안에 다양한 공구를 빌릴 수 있는 공구 도서관, 제로웨이스트샵, 먹거리 리필스테이션 등을 운영해보려고 합니다. 그때쯤엔 일주일에 3일 정도는 공간이 상시 운영될 수 있도록 준비해보려고 해요. 함께 다양한 실험을 하고픈 분들의 관심과 방문을 기다립니다.
인터뷰 중 손이 많이 가고 불편하기도 한 재활용 습관을 얘기하면서 가끔 이런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며 슬그머니 그만하고 싶어지는 순간의 감정을 얘기했더니, 김지현 대표님께서 루쉰의 유명한 문장을 언급하시면서, “한걸음이 중요하다”고 확신에 찬 조언의 말씀이 마음에 남습니다. 오늘부터 작은 한 걸음이라도 내딛는 습관,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희망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 루쉰, <고향>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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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l.70
- 에디터 (주)디자인아이엠
- 사진 (주)디자인아이엠
- 2023.12.22